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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록Culture/Book (8)
Romantic Production
p63 어느 날 그는 지겨워졌다. 불현듯 그의 인생이 흘러가고 있다는것과 정작 자신은 그 흘러가는 인생을 볼 새가 없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강을 보고 하늘을 보고, 해야 할 일은 아무것도 없어요. 사는 거죠. 그것뿐입니다."
p47 왜 간직하지 않았을까? 우리는 서로를 위해 존재했는데. 그것은 불편함 없이 내 몸의 모든 굴곡에 딱 맞았으며, 나는 그림처럼 아름다웠다. 다른 것은 뻣뻣하고 부자연스럽고 어색하며, 그것의 배려는 나의 욕구와 맞지 않는다. 가난은 언제나 겉으로 드러나는 것이 아니니까. 먼지로 뒤덮인 책은 옷자락으로 닦았다. 펜촉에서 흘러나오지 않는 굳은 잉크는 가운의 옆구리를 빌렸다. 그곳에 길게 그어진 검은 줄은 그 옷이 내게 얼마나 유용했는지를 보여줬고, 그 긴 줄은 문학을, 작가를, 일하는 사람을 말해주었다. 그러나 지금 나는 게으른 부자 같다. 내가 누구인지 알 수 없다. 그것의 보호 아래에서 나는 하인의 어설픔도, 나의 서투름도, 불꽃이 튀는 것도, 물이 떨어지는 것도 두려워하지 않았다. 나는 나의 오래된..
p31 -향기롭게 퍼지는 보리수 냄새가 아주 피로해야만 얻을 수 있는 무용한 보상처럼 느껴졌다. -익숙함은 나를 막 품에 안고 어린아이처럼 들어 침대로 옮겼다.
p286-288 "시칠리아에 다시 오게 될까?" 뱃전에서 아내가 물었다. "다시 오게 될 거야." "어떻게 알아?" "그냥 알 수 있어." 나는 힘주어 말했다. 아내가 뱃머리에 부서지는 흰 물살을 굽어보다 말했다. "난 좀 다른 사람이 된 것 같아." "어떤 사람?" "난 모든 일이 계획대로 진행되지 않으면 안절부절못하는 사람이었어." 아내는 정말 걱정이 많은 사람이었다. 걱정을 해놓아야 그 일이 일어나더라도 감당할 수 있다는 믿음이 있었다. "특히 여행 같은 거 떠날 때는 더더욱 그랬지. 예약하고 확인하고 또 확인하고, 그런데 시칠리아 사람들 보니까, 이렇게 사는 것도 좋은 것 같아." "이렇게 사는게 뭔데?" "그냥, 그냥 사는거지. 맛있는 것 먹고 하루종일 얘기하다가 또 맛있는 거 먹고." "그러다..
언제나 처음이 힘들었다. 처음만 견디면 그 다음은 참을 만하고, 견딜 만해지다가, 종국에는 아무렇지 않게 되었다. 처음 받은 만 원짜리가, 처음 따른 소주 한 잔이, 그리고 처음 별채에 들어가, 처음 손님 앞에 앉기까지가 힘들 뿐이었다. 따지면 세상의 모든 갓이 그랬다. 버티다 보면 버티지 못할 것은 없었다. 그릇을 나르다가 닭고기의 살을 찢고, 닭고기를 먹여주다가 가슴을 허락하고, 가슴을 보여주다 보면 다리를 벌리는 일도 어려운 일이 못 되었다. 일당 사만 원짜리가 한 시간에 십만 원도 벌 수 있었다. 세상은 나만 모르게 진작부터 그랬다. 별채의 천장을 보며 누워 있으면 남자의 거친 숨소리사이 사이 찰박거리는 물소리가 들렸다. 처음에는 들리지 않던 그 소리가 점점 커지고, 선명하게 들리다가, 나중에는 ..
책_소실점 Flybook에서 하는 이벤트에 당첨되어 김희재 작가님의 소설 소실점 가제본판을 받았다. 책에 관한 정보를 읽는 순간 미칠듯한 호기심에 꼭 읽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해서 얻은 책의 가제본판은 영화나 연극이 완성도 되기 전에 먼저 슬쩍 보는 대본처럼 느껴졌다. 책의 도입부는 마치 한 편의 영화를 보여주는 듯 섬세한 묘사로 시작했다. 중간에 조금은 진부해 보이는 듯한 캐릭터 설정이 걸리긴 했지만, 소설 속 인물들은 매력을 끝까지 잃지 않았다. 페이지가 넘어갈수록 소설 속에서 빠져나오기 힘들었다. 책을 손에서 놓으면 금단 현상이라고 일어날 것 처럼 필사적으로 완독하였다. 주인공이 사건을 해결하는 과정은 손에 땀을 쥐게 했다. 끊임없이 용의자에 사소한 행동과 증거들에 집중했다. 그리고 어떠한..
그의 말투와 웃음소리 어디에서도 악의는 느껴지지 않았다. 무신경하고 무차별적인 친밀의 제스처, 그리고 남을 배려할 필요 없이 자기중심적으로 살아온 사람의 무례함이 배어 있을 뿐이었다. 정화된 밤(중국식 룰렛), 은희경
K의 질문에 대한 나의 대답은 간단했다. "결혼식." 그러고는 잔을 들어 술을 마셨다. 씽글몰트 위스키는 입은에 머금자마자 향기를 내뿜으며 온몸으로 우아하게 퍼져나갔다. 황홀할 정도였다. 이제 내 쪽에서 k에게 질문할 차례였다. "당신 지금까지 겪은 일 중 가장 힘든 건 무엇이었습니까?" "죽음을 받아들이는 것." 예상한 대답이었다. K 역시 눈을 감고 술을 오랫동안 음미하더니 다시 내게 물었다. "당신이 평생 가장 후회하는 일이 있다면 무엇입니까?" "당신을 알게 된 것." 나는 되도록 단호하게 대꾸했고, 술을 마시고 나서 질문을 이어갔다. "당신이 지금까지 했던 일 중에 가장 힘든 게 있었다면 무엇입이까?" "나를 미워하는 사람을 사랑하는 것." 내가 기대한 것은 '사랑했던 사람을 잊은 일'이었지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