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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omantic Production
p63 어느 날 그는 지겨워졌다. 불현듯 그의 인생이 흘러가고 있다는것과 정작 자신은 그 흘러가는 인생을 볼 새가 없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강을 보고 하늘을 보고, 해야 할 일은 아무것도 없어요. 사는 거죠. 그것뿐입니다."
p47 왜 간직하지 않았을까? 우리는 서로를 위해 존재했는데. 그것은 불편함 없이 내 몸의 모든 굴곡에 딱 맞았으며, 나는 그림처럼 아름다웠다. 다른 것은 뻣뻣하고 부자연스럽고 어색하며, 그것의 배려는 나의 욕구와 맞지 않는다. 가난은 언제나 겉으로 드러나는 것이 아니니까. 먼지로 뒤덮인 책은 옷자락으로 닦았다. 펜촉에서 흘러나오지 않는 굳은 잉크는 가운의 옆구리를 빌렸다. 그곳에 길게 그어진 검은 줄은 그 옷이 내게 얼마나 유용했는지를 보여줬고, 그 긴 줄은 문학을, 작가를, 일하는 사람을 말해주었다. 그러나 지금 나는 게으른 부자 같다. 내가 누구인지 알 수 없다. 그것의 보호 아래에서 나는 하인의 어설픔도, 나의 서투름도, 불꽃이 튀는 것도, 물이 떨어지는 것도 두려워하지 않았다. 나는 나의 오래된..
p31 -향기롭게 퍼지는 보리수 냄새가 아주 피로해야만 얻을 수 있는 무용한 보상처럼 느껴졌다. -익숙함은 나를 막 품에 안고 어린아이처럼 들어 침대로 옮겼다.
p286-288 "시칠리아에 다시 오게 될까?" 뱃전에서 아내가 물었다. "다시 오게 될 거야." "어떻게 알아?" "그냥 알 수 있어." 나는 힘주어 말했다. 아내가 뱃머리에 부서지는 흰 물살을 굽어보다 말했다. "난 좀 다른 사람이 된 것 같아." "어떤 사람?" "난 모든 일이 계획대로 진행되지 않으면 안절부절못하는 사람이었어." 아내는 정말 걱정이 많은 사람이었다. 걱정을 해놓아야 그 일이 일어나더라도 감당할 수 있다는 믿음이 있었다. "특히 여행 같은 거 떠날 때는 더더욱 그랬지. 예약하고 확인하고 또 확인하고, 그런데 시칠리아 사람들 보니까, 이렇게 사는 것도 좋은 것 같아." "이렇게 사는게 뭔데?" "그냥, 그냥 사는거지. 맛있는 것 먹고 하루종일 얘기하다가 또 맛있는 거 먹고." "그러다..
연극_줄리엣과 줄리엣 로미오와 줄리엣의 비극적인 사랑 이야기는 너무도 애절하고 사랑스러워서 많은 시간 동안 사랑받아 왔다. 그런데 이 이야기가 남녀의 사랑이 아니라 동성 간의 사랑이라면 우리는 받아 들일 수 있을까? 창작집단LAS의 은 금기를 건드린 연극이다. 연극의 설정은, 사실 다른 두 집안의 줄리엣의 비극적 사랑 이야기였으나 소문은 줄리엣 몬테규의 남동생인 로미오 몬테규와 줄리엣 캐플릿의 사랑 이야기로 탈바꿈 한다는 것이다. 왜냐하면 우리는 그게 더 정상 같다고 믿고 있으니깐. 우리가 생각하고 있는 남녀의 성 역할을 두 여자가 나눠서 수행하고 있음에도 전혀 어색하지 않다는 것을 보여준다. 성 역할을 뒤집어 보자는 의미에서 성별이 바뀐 연극은 꽤 봤으나 동성애로 바꾼 것은 처음 본다. 그리고 놀랍..
연극_이방인 나는 카뮈의 이방인을 읽어본 적이 없다. 그렇기 때문에 이 책이 얼마나 읽기 어려운지 혹은 쉽게 읽히는 책인지 잘 모른다. 확실한 것은 산울림 소극장에서 하고 있는 연극 이방인은 무대에서 단 한순간도 눈을 뗄 수 없게 한다. 평범해 보이는 무대에서 조명과 빔프로젝트 만으로 마법처럼 장소의 전환이 이루어진다. 조명의 색감은 너무 섬세해서 아름다워 보이기까지 한다. 적절한 상황과 적절한 위치에 티가 날 듯 말 듯한 색조명을 사용하여 주인공의 감정에 더 힘을 실어준다. 개인적으로 가장 놀라웠던 건 배우들의 연기다. 소름 돋을 정도로 멋진 연기를 보여줬다. 이렇게 연기를 잘 하는 배우를 왜 이제껏 몰랐지 하는 생각도 들었다. 뫼르소를 맡은 전박찬배우의 대사는 구어체 어투가 아닌 대사를 내뱉는데도..
연극_더 정글북 러디어드 키플링의 원작 소설 정글북을 바탕으로 만들어진 연극 더 정글북은 상상력을 자극한다. 배우의 언어와 몸짓만으로 장소는 수도 없이 바뀌고 눈 앞의 배우들의 역할은 계속해서 변한다. 하지만 이러한 과정들이 불편하지 않고 편하다. 특히 배우들의 몸짓은 조명과 그들이 직접 입으로 내는 소리와 함께 어우러져 그 어떤 자연의 산물 보다도 아름다운 모습을 보여준다. 극장 안에서 120분은 순식간에 사라졌다. 앞으로 극단 여행자의 작품은 아무 이유 없이 무조건 예매해야겠다.
연극_괴벨스 극장 ..
연극_봄날 맨 뒷자리에서 본 연극. 대부분 연령대가 높으신 분들이 관객이었던 것 같은데 앞쪽 자리에서는 관객들은 웃으며 즐겁게 보는데 뒤에서는 고요하고… 심지어 내 뒤에 아주머니는 코를 골며 숙면을 취하셨다. 극 중 아들들의 말투가 상당이 느릿느릿해서 조금 괴롭기도 했다. 나도 말 느리다는 이야기 많이 듣는데 다른 사람들이 이런 심정일까 싶기도 했다. 시골 농촌의 가부장적인 늙은 아버지와 아들과의 갈등이 긴장감 있게 보여졌으나 그것을 보여주기까지가 조금 길었던 것 같다. 대신 시적인 연기로 무대를 채워주었는데 긴 런타임과 배우들의 에너지가 내가 있는 자리까지 오지 않아 힘들었다. 과거에서 미래로 넘어갈 때의 미쟝센은 예쁘고 화려했다. 그 자체는 좋았으나 이전까지의 그림과 괴리감이 너무 크지 않았나라..
연극_검은 입김의 신 막장속에서 석탄을 캐는 광부와 그 가족의 이야기. 죽음과 늘 가까이 하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연극을 보는 내내 가슴을 먹먹하게 했다. 그 와중에 장면전환과 도구를 활용하는 배우들의 연기도 인상적이었다. 남편이 죽었을 때 그 죽음을 슬퍼하는 것보다도 먼저 가족을 먹여 살리기 위해 한 푼이라도 더 보상금을 받을 수 있게 바득바득 달려들어야 하는 현실이 너무나 슬펐다. 자기 자신 외에는 다른 사람들의 고통에 무감각한 현대인들에게 꼭 필요한 작품이라 생각한다. 이 작품을 보면 그 누구라도 함께 울고 아파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