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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환영 본문
언제나 처음이 힘들었다. 처음만 견디면 그 다음은 참을 만하고, 견딜 만해지다가, 종국에는 아무렇지 않게 되었다. 처음 받은 만 원짜리가, 처음 따른 소주 한 잔이, 그리고 처음 별채에 들어가, 처음 손님 앞에 앉기까지가 힘들 뿐이었다. 따지면 세상의 모든 갓이 그랬다. 버티다 보면 버티지 못할 것은 없었다. 그릇을 나르다가 닭고기의 살을 찢고, 닭고기를 먹여주다가 가슴을 허락하고, 가슴을 보여주다 보면 다리를 벌리는 일도 어려운 일이 못 되었다. 일당 사만 원짜리가 한 시간에 십만 원도 벌 수 있었다. 세상은 나만 모르게 진작부터 그랬다.
별채의 천장을 보며 누워 있으면 남자의 거친 숨소리사이 사이 찰박거리는 물소리가 들렸다. 처음에는 들리지 않던 그 소리가 점점 커지고, 선명하게 들리다가, 나중에는 콸콸콸 쏟아지는 소리로 들렀다. 내가 물속에 있는 것처럼 세상이 온통 물소리로만 채워진 것 같았다.
일을 끝내고 별채에서 나오면, 나는 꼭 물가에 들러 한동안 서 있곤 했다. 물은 느리고, 또한 무심하게 흘렀다. 시간도 그렇게 흐르기 마련이라고 알려주는 것 같았다. 쪼그려 앉아 손을 씻었다. 차가운 물에 손을 담그면 정신이 번쩍 들었고, 나는 다시 왕백숙집 여자가 될 수 있었다.
이제 나도 내 마음대로 반찬을 싸가게 되었다. 그게 하나도 반갑지 않았다. (p58-59)
환영, 김이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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